대여점이 없었다면? 의미가 있는 가정인가. 아니면 쓸모없는 생각인가. 만화

만약에 한국에 대여점이 없었다면?

0.

대여점에 대한 논쟁은 어디선가 아직도 계속되나 보다. 관심 끊은지는 오래됐다.
...어제 KBS의 모프로그램에서 유명아이돌이 대여점에서 만화책빌렸다가
연체료가 엄청 많이 쌓였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한동안 대여점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대여점의 존페론이나, 대여점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거냐는 이야기는,
대여점논의 초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지칠만큼 했고,
IF형 가정을 세워봤자 가정을 실제로 만들지 않는 한, 의미는 없다.

단지..대여점 폐쇄가정에 대해서는 좀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만화책 가격상승과도 연결시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1.
대여점을 이용경험유무와 관계없이
보통 만화를 본다는 사람이 대여점 폐쇄이후의 방향을 생각할 때에는,
자신의 소비패턴이나 주변의 소비패턴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소비한계선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으면 구매를 포기하는 것인데,
만화의 경우에는, 만화가 그 선을 넘으면 포기할 거라고 결정하는 거다.
이건 대여점만 아니라 만화책의 가격상승에 따른 반발에도 적용된다.
가격이 오르면 원서구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분법이 정당한 건지, 정말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른다.


이런 가정을 다른 분야에 접목해보면
비슷하게 영화관람비용과, 비디오대여점의 비디오대여로 구분할 수 있겠고,
가격상승이나 대여점폐쇄는
비디오 대여에서 DVD대여로 이동하는 과정으로도 비교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만화니까 출판만화의 악재로 여겨지는 대여점이 없다는 가정으로 집중해보자.

여기서 잠시 트랙백한 치이링님의 글을 빌려오자면

대여점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만화소비는 다른 문화매체의 소비로 옮겨질 거라 가정되고 있다.

그런데 그 아래문단에는

현재 대여점이 당장 사라진다면의 가정으로
불법다운로드, 혹은 잠시 판매부수가 늘었다가 잠시 줄어든다는 가설이 나온다.

전자와 후자는 어귀가 들어맞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맞지가 않다.

전자의 가정이 옳다면 후자의 가설은 일어나지 않고
대여점 만화소비가 그냥 증발해버려야 마땅한다.
즉 독자가 그냥 다른 문화매체소비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후자는 그게 아니라 만화를 계속 본다는 가정이다. 안 맞는다.
실제 일부 사람들은 후자의 말처럼 불법다운로드라는, 다른 방법으로 빠져 나가버린다.
아니면 사거나.
현실은 전자의 가정처럼 다른 문화매체로 가버리질 않는다.
만화는 계속 본다는 점에서 현실은 후자의 방식이 맞아떨어지는데 아직 생각할 여지는 많아보인다.

그런 고로, 내 생각엔


2.
대여점이 없었다면


다른 형태로 만화를 즐기려는 시도가 모색되었을 것이라 보인다.
영화관객이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 없다고 아예 영화관도 안 찾고 TV명화도 안 보는 건 아닐 테니까.



2-1.
이제 대여점이 없었을 경우를 본격적으로 가정해 보자.

대여점 유무와 상관없이 시장규모의 만화소비는 90년대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동시에
분명 만화잡지가 20만부 팔리던 황금기보다는 줄어들 것이지만,

이것도 희망사항일 뿐
현재 존재하는 몇천개의 대여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를, 정말 어떻게 되었으리라 가정하긴 정말 어렵다.
이건 경제학과 통계를 공부하고 한국만화시장의 특성을 연구한 뒤
미래예측이 가능한 학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본다.

난 그런 학자는 못되지만 적어도 의견을 피력하자면 이 경우 만화는
IMF를 기점으로 황금기보다는 적은 규모로 다른 방향으로 소비되지 않았을까 싶다.
패키지게임이 망하고 온라인게임이 살아남은 것처럼이나. 아니면
혼자 자생하고 있는 연극, 음원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대중가요처럼.
즉, 대여점 없었어도 황금기는 지났을 테지만, 지금보다 출판만화는 덜 망했을 거다.



그리고 이제 바라시는 주제로 가본다면. 
만약,


2-2. 대여점이 내일 아침 사라지면.

이는 가정이 아니라 현재 실현된 실제사실로,
현 만화판은 신문만화, 학습만화, 웹툰이 주도하고 출판만화는 점차 감소하는 형국이 되었는데
웃기는 것은 인기 웹툰작가, 학습만화작가 중 일부는 과거 출판만화작가라는 점이다. 

실제로 대여점이 생기고 나니까 출판만화는 망했는데, 만화계전체가
망한 게 아니라 다른 돈이 되는 쪽으로 시장을 옮긴 것이다. 일본으로 진출하거나.
이런 상황에

현재 대여점이 없어지면, 그냥 출판만화는 좀 망하고 
대신 다른 만화시장 파이가 커질 것이다.

물론 학습만화나 웹툰시장이 작가 대거투입을 못 견디면 탈락자도 나오겠지.
그리고 출판만화는 후순위권으로 전락한다.
주류는 웹툰이고 출판만화는 오덕후의 전유물로 남을지도 모른다.
모른다...기보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듯 하다.

참고로 영화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끌어모으는 문화산업인데,
한국문화중에서도 그나마 정상적인 제작판매와 2차유통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정상적인게 가장 자본규모가 커서 그렇다. 그 다음이 TV드라마고.


정 대여점 없음 한국만화는 안 팔릴 거라고 예상하는 분들의 바램대로 적어보자면,
그래. 대여점이 갑자기 사라지면 만화는 안 팔릴 거다. 단, 대여점 수만큼만.
대여점 이용자들이 만화를 1권도 안 사본다는 추정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외에 악재는 더 없다.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다른 가정은
동네 애들끼리 돌려보거나. 중고매매서점이 발달 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원하던 대로 만화 안 봤겠지. 대여점 가던 사람들은.

중요한 건 당시나 지금이나 만화를 사서보는 소비군이 있다는 건데,
이 소비군은 물론이고 대여점이용자에게도 현재 상황은 좋질 않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자꾸 축소되기 때문이다.

잠시 샛길로 샜는데.
다시 대여점 없다는 가정으로 돌아가서..
통신망이 발달하지 않은 90년대에선, 불법다운로드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법다운로드와 관계없이
대여점이 없었을 경우와, 현재 대여점이 사라져 버린다는 경우, 
이 두 가지 가설을 합쳐서는
대여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만화방으로 갔을 거라는
예상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만화방은 대여점의 대여행위와 달리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그 자리에서 만화책을 읽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대여에 비해 상당히 제약이 크다.
만화방이 시가지외에 눈에 띄지 않는 까닭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또 만화구독자중에는 여성과 10대 어린이도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만화방을 쉽게 드나들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대여점이 없었다면(=없다면) 10대후반 이후의 남성들 대부분은 
만화방을 갔을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만화방으로 이동했으리라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듯 대여점이 없어질 경우, 독자나 작가나 해쳐나갈 방법은 여러가지인데도,
현실에 있는 사례들만으로 종합하다 보니 너무 근시안적인 가설만 나오게 된다.

기존의 유통방식이 무너질 경우, 시장은 새 유통구조를 짜게 되어있다.
적어도 나올 수 있는 가설이란 만화라는 상품이 필요없는 구조가 아니라면.
대여점 없어도 비슷하게 다른 무언가를 짜거나 그냥 서점으로 갔을 거란 거다.
판매량을 예측하는 건 무모하고.


3.
여기까지 적어봤다.
좀 길었는데...그래. 내일 아침 대여점 없어지면 출판만화는 좀 더 망할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대여점이 있어야 한다는 분들의 바램대로 써드리겠다.

그러나 여전히 대여점을 통하지 않더라도 팔리는 만화가 있다는
현재의 사실을 감안한다면,
대여점이라는 유통쳬계가 사라지더라도 출판만화시장이 한 순간에 붕 떠버리거나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사라질 일은 없다. 이 점은 안심해도 좋다.

다만 대여점이 사라진다고 예측하지는 않겠다.
무엇보다 대여점이 사라진다는 가정에는 '언제,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가 없고
그냥 내일 아침 갑자기 나가버렸습니다. 하는 식의 가정만 나오고 있으니까.
이게 좀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대체 왜 대여점이 사라지는지는 생각 없이
그냥 그 가설을 즐기고, 타인의 바램을 깨뜨리기 위해 IF 가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이건 한번이라도 돈을 내고
만화를 즐겼던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인데.


만화라는 문화는 이미 한국사회의 문화시장일부로 자리메김했고,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다수가 향유하는 만큼 일상 속에 자리잡은 독서문화의 일부다.
값싸게 즐기다가 가격을 올린다고 만화란
문화자체를 쉽게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한국인들은 물가인상과, 경제사정에 따라
제일 먼저 줄이는 비용이 외식비와 문화생활비용이라더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우리가 문화생활에 인색해지면서
만화를 불법으로 즐기길 바란다면 그 또한 얼마나 비참한가.





덧- 12시 20분 최종수정했습니다. (쓰고나서 고치지 말아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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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여점 있어도 상관없어. 2008/10/11 01:49 #

    대여점이 없었다면? 의미가 있는 가정인가. 아니면 쓸모없는 생각인가.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대여점에 대한 논쟁이 불필요 해졌으니까 다음 단계로 넘어갈래. 그러니 그만 하자.'10대말에 나는 쓸모없이 반대여논쟁에 불타올라서 자판 두들기고 막 논쟁아닌 논쟁이란 걸 했다.결과는 평행선이고, 대여점 없애라고 말 한다고 없어질 것도 아니고, 기분은 풀리는데 논쟁하는 상대와의 관계는 개선되지...... more

덧글

  • 치이링 2008/10/11 01:39 # 답글

    일리있군요.

    근데 위의 전자와 후자에 대해선 인과관계를 생각하고 글을 쓴게 아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독립해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 소혼 2008/10/11 01:56 #

    그러신가요. 전자가 글전체를 포괄하는 문장이라고 여겨져 적었는데, 인과관계가 없다면 연결고리정도로 참고하겠습니다.
  • 치이링 2008/10/11 04:35 # 답글

    아, 그리고 전체적으로 비 출판만화에 대한 견해는 제 견해랑 일치합니다.

    단지, 제가 저쪽 글에서 다룰땐 비 출판만화류에 대한 견해는 일부러 다루지 않았죠.
  • 겔군 2008/10/11 08:55 # 답글

    음.... 솔직히 어렸을 적엔 대여점이 있어서 만화책을 살 생각 자체를 못하기도 했어요. 만화책은 빌려서 보는거라고 인식을 하고 있었죠.
    제가 청소년인 시절엔 대여점이 참 동네에 많았거든요.
    다행히 커서 소장하고 싶은 만화들을 살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빌려서 보는 거라는 인식도 바꾸게 되어 기쁘고..

    대여점이 없어진다면, 대여점 수 만큼의 판매부수가 줄어들 것이다..
    라는 말이 참 따끔한 말인것 같습니다.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대여점이 있어서 사람들이 안 사서 보는 것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읽어보고 재밌으면 살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책이나 기타 인문서적은 다 읽어보고 사는 분도 계시겠지만 전 주로 앞뒤보고 마음에 들면 사서 읽는 편이라..... 읽어보고 사겠다는건 조금 이기적인 말이라고 느껴져요..

    잘 읽고 갑니다~
  • 소혼 2008/10/12 16:49 #

    감사합니다.^^
  • 매모리 2008/10/13 11:24 # 답글

    만약에 대여점이 옜날서부터 없었더라면 만화시장은 이렇게 커지지 않을 것같아요 왜냐하면은 문화산업은 확 나타났다 사라지는 산업이 아니니간요 기초서부터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산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만약에 만화책을 접할수있는 기회가 없었다면은 당신들은 무었을 보면서 취미생활을 즐겼을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터넷과 불법의 문화로 대여점이 사라지는 추세이죠 이것을 뭐라고 말할자격은 없지만 요즘 추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가는 세상이거든요 안탓가운 현상이예요 더이상 불법복제가 사라라지지 않은한 만화책을 찍어낼
    이유도 없고 또한 만화책을 볼 독자수도 줄어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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