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요즘 경음악부에 들었는데 말이야. 느낀 게
2차원 미소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애.
그런데 우린 2차원 미소녀가 아니잖아.
안 될 거야 아마.
몇 주전 TBS 목요일 25시59분에 방영했던 화제의 케이온을 보게 되었다.
2주정도 지나자 TV 틀어놓기만 하고 딴 일했다.-_-
지난 주부터는 아예 TV를 꺼버렸다.
2,
케이온을 보건데
이야기의 방향은 이렇다.
경음악부에 들어서 음악을 하자. 라는 목표가 생겼다.
부원도 모으고 열심히 하자.
그런데 노력을 잘 안한다.
그러면서도 만나면 우리 노력하자고 말한다.
실제로는 노력하기 보다는 딴 짓하는데 열중한다.
아니 노력은 하는데 카메라의 포커스는 그 외의 곳을 향하고 있어서 안 보이는 건지도.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길 좋아한다. 그런데 그 삼천포가 특별히 좋은 곳은 아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할 만한 페이스로 전개된다. (초데스메탈, 초데스메탈2, 다음단계는? 초데스메탈 3)
즉, 목표의식이 있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건만 정작 그 목표에는 충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새롭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게 제일 걸렸다.
케이온은 소녀 4명이 경음악부에 들면서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애니메이션이에요.
내용이요. 일본 아침드라마에 가깝죠.
4컷만화인 원작처럼 단막극 형식으로 애니메이션을 구성한다면 이런 식으로 흐름을 끊고 들어가는 것은 흐름상 유효하다. 그저 단편 에피소드를 길게 연결시킨 것이니 굳이 특정 목표에 대한 성취도를 잴 필요가 없는 것이다.(가령 아즈망가 대왕이나 러키스타가 이런 경우.) 문제는 연속극으로 돌변한 애니메이션의 경우이다. 드라마틱하게 구성되어 있는 건 좋은데 현실에서 아무런 노력도 안하면서 장밋빛미래를 꿈꾸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 과소비라는 느낌이랄까. 매일 목에 힘주고 다니는데 정작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사람. 그렇다고 뭐 청소년에게 뮤지션의 꿈을 실어주자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건 알겠는데, 적어도 행동에 납득될만한 일관성이나 열의는 보여줘야지. 오프닝 : 내 꿈은 이거야! -> 본편 : 자 그럼 놀자! -> 연습은 다음 화 예고에 등장. 뭔가 연습을 하고 놀아야 될 거 아닌가? 차라리 각 멤버가 모이는 과정이나 거창한 포부가 있는 식의 뉘앙스는 빼버리고, 조금 편하게 갔어도 좋았을지 모르겠다.
만약 케이온이 애니메이션 아니라 청춘만화<소라닌>과 같은 현실감있는 이야기로 쓰여졌더라면 입만 살면서 농땡이 부리다 결국 패배하고 마는 이야기나 뉘우치고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다. 3화정도 보니까 알겠지만 그런 극단적인 해결책을 내세우지는 않겠고 그냥 1분30초정도의 편집화면을 이용해 죽도록 연습했다고 설명하고 끝낼 수 있다. 이건 좀 얄팍하다. 편하게 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캐릭터가 귀엽다는 수준으로 용서되는 것이 아니고 각본이 나쁘기 때문이다. 각본 자체가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과정이고 주제의식은 물론 이야기라 할 것도 없다. 그저 저 마을에 사는 소녀가 이런 일을 겪어서 마음이 상했는데 친구들의 위로로 이겨냈답니다. 정도의 이야기랄까. 이걸 절대로 좋다고는 못하겠다. 무엇보다 아침에 토스트를 입에물고 나가는 소녀부터 클리세투성이에 너무 노력을 안하는 티가 역력하니까. 이런 각본을 영화로 치면 별점은 2개다. 물론 애니메이션이니까 다르게 평가해봐야 겠지 심각하게 따지는 것도 우습잖아. 하지만 화면너머에서 진지한 얼굴로 '내가 너의 모든 걸 받아들여줄게'하고 두팔 벌려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3.
최근 애니메이션의 제작경향이 특별한 참신한 이야기나 수준높은 시나리오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제와 소재에 무관하게 특정캐릭터에 대한 소비형식과 이야기설정의 조합이 더 중요시되어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꽤 많이 있었다. 내가 뭐 이점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그냥 넘겨도 좋다. 여하튼 캐릭터들은 모두 포지티브하다. 예쁘다. 그리고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첨부되고 설정대로 행동하면 ok. 통과된다. 즉 그 캐릭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말하거나 주제의식이 무엇인지는 2순위가 되어버리고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열광)
이 시점에서 캐릭터의 영향력은 각본에 대한 중요성을 멀찌기 초월해 작품자체가 날라가도 캐릭터는 남아버리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캐릭터는 대본대로 상황을 연출하는 배우가 되고 그녀 주위를 둘러싼 사건들은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에 불과하게 된다. 말하자면 작품이 캐릭터를 위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작품에 대한 온건한 이해와는 거리가 멀어져 간다.
그 애니메이션이 좋은 건 알겠는데 좋은 이유가 단지 특정 캐릭터의 활약상 때문이라면
역으로 그 캐릭터 1명을 빼고는 그 작품의 매력을 설명할 수 없게 되버린다는 것.
이리되면 방영이 종료되는 시점에 그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의 생명력을 잃게 되어버린다.
활동을 안하는 연예인은 다시 TV에 등장할 때까지 소식을 모르니까.
곱씹어 볼 필요성이 있다면 동인지로 자위할 때나?
내가 그다지 애니메이션을 챙겨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근에 들어 '좋은 애니메이션'이란 정의란 게 상당히 모호해지기 쉽상이라는 것은 알 것 같다. 평준화 되었다고 할까. 현실감이라는 게 상당히 사라지면서 설정자체만을 사랑하는 듯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애정없이는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뭐라고 태클을 걸지는 않겠다. 다만, 이렇게 가면 갈수록 구태의연한 매너리즘의 결과물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건 좋은데,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면모를 관찰할 방도가 없어 변화도 없단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와 가상연애를 즐기기 위한 도구는 아닐지언데, 시청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고 만들어지는 영상물이란 말인가. 한 해에 제작되는 일본의 TV 애니메이션만 50편 전후가 되는데 굳이 케이온 하나만 겨냥할 필요는 없지만, 케이온의 인기는 마치 애니메이션계에서 예능활동을 펼치는 아이돌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인기는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생각될 정도다.(일종의 거품론이라고 봐도 좋다) 케이온 이전에도 그랬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미 캐릭터로만 작품이 지탱되는 영역에 접어들었다. 이것은 위기인가. 아니면 새로운 징조인가.
덧 - 본문하고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몇몇 미드와 흑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한국 애니메이션 채널이 p2p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한 번 떠올려 봤는데...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단계에 방영권을 사들인다.->일본과 거의 동시에 방영한다.-> 시청률이 높은 작품을 DVD를 발매한다. 문제는 방영권이 헐값이 아니라는 거고, 한국에서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재탕삼탕함과 동시에 DVD를 사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거.



덧글
레테시온 2009/05/27 23:35 # 삭제 답글
음..볼때는 막상 아무생각도없었지만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랄까 진짜 삼천포로 너무잘빠지고 연습장면은 하나도 안보여줬는데 갑자기 라이브 성공!...이라니...아하하;
풉 2009/06/05 01:59 # 삭제 답글
꼭이렇게 뭐든까면서 쾌감을느끼는녀석,남들이 예할때 아니오하면 간지나보여?
im 2009/06/13 02:42 # 삭제
솔직히 맞는 말이잖아요? - -
맞아맞아 2009/07/31 16:51 # 삭제
솔직히 맞는말.....-_- 일본애니는 맨날 모에화 캐릭터만 양산해내요 보기엔 별거 없어보이던데;
ㅇㅇ 2009/08/19 13:04 # 삭제
맞아 맞는말인데 뭘 그래 빠돌이인데 좀 안좋은 판단이라도 받은거 같아서 화라도 나니?
Lyl 2009/11/03 00:35 # 삭제 답글
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사람마다 취향이 이렇게 다르네요..그렇다고 단언까지 할 거야 없을 것 같네요.. 왜냐면 제가 정말 재미있게 봤으니깐..
소혼 2009/11/03 18:06 #
단언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는 건 맞는 말씀이에요.제가 이 글을 쓸 때에는 생각이 좀 짦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