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tv판 26화와 엔드오브에바와 신극장판을 엮어보면서 애니메이션

 
에바에 대한 관련글이나, 서브컬쳐에 저명한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오타쿠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이건 다 현실에 없는 것들이다. 오타쿠들은 이쪽으로 도망치지 말고 현실세계를 살아라.'
라는 부분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tv판 26화에서 신지는 남을 두려워하거나 도망쳐서는 안되며,
그건 너 혼자만 그렇게 생각할뿐이야 라는 소리까지 듣고나서야
'나는 여기 있어도 돼'
라고 외친 후 그가 있던 좁은 무대가 깨지고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며
모두가 그를 축하해준다.

하지만 그 26화를 보고서 시청자들 중 일부는
'신지가 사는 에바의 세계관 = 내가 생각하는 뇌내 망상' 라는 공식에 따라
오히려 '나는 에바를 보고 하악하악해도 돼.'
라는 착각를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했는지,
여기에 한발 짝 더 나아가
엔드오브 에바에서는 아예 에바의 세계관 자체를 박살내 버린다.
그리고 극장에서 앉아있는 오타쿠 스스로의 모습을 비춘 듯 한
실사영상까지 써가며
이런 걸 보고도 「気持ち、いいの?」를 같다붙이기까지 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오타쿠들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견해가 생겼다. 
극장판에서 자기 작품을 한계까지
끌고 가버린 애니메이션에 전율을 느끼고 극찬하는데 빠지다보니
'역시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고 현실을 잊어버리는 게 즐거운 삶'
라고 인식을 해버렸다고 할까.


반면 나는 신 극장판들을 차례로 관람하면서
역시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몇몇 생겨났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자기반성적인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아니 있는데 파묻혀 버린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tv판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파의 내용은 다르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거의 tv판의 수순을 밟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서와 파는 하나의 극장용 영화로서는,
적어도 에바의 신극장판을 강조하는 기대치에 비해 뭔가 허전한 구석이 남는 영화였다.

이를테면 히치콕의 싸이코는 대단하지만,
거스 반 산트가 씬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한 
리메이크판 싸이코는 어디가 대단한지 알 수가 없어서,

신극장판 서를 처음 봤을 때도
'도대체 이게 tv판하고 뭐가 다른거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단한 호평!를 연발하는 주변관객들을 보면서도 나는 반대로
대체 뭐가 대단한 거지...? 라고 알 수 없는 의문에 휩싸일 때가 많았는데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도 스케일이 크다던가, 캐릭터가 모에하다던가
전투 연출의 박력같은 게 아니고,

신지가 무슨 생각으로 에바에 타 사도와 싸우고, 아버지에게 반항하려는지,
왜 아스카와 사이가 안 좋고 레이에게 끌리는 건지, 미사토에게 기대지 못하는 건지
그런 기초적인 인간관계와
메카닉물로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일반인들에게도 인지도가 있을정도로
tv판 에바를 구성하는 매력이었다면

'신극장판 서'에는 다른 건 줄기차게 들어가 있어도
신지의 인간관계나 행동의 동기가 아예 빠져 있다고 할까 느끼질 못했다.

그냥 tv판의 내용을 총집편한 극장판이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되겠지만
리빌드라고 하지 않았나? 이야기 상으로는 거의 리메이크에 가까운 내용이니까
결국 구tv판하고 비교당할 수 밖에 없는데
독립작품으로서도 빈약한 부분이 드러나다 보니 작품이 부족하다고 판단한거다.
(tv판을 보고 뇌내로 보충설명을 받는것과는 별개로)
그냥 tv판의 내용을 버전업시켜 재학습하는 거라면 에바 신극장판은
그저 트랜스포머와 같은 레벨의 영화가 아닌가. 라고까지 생각할 정도여서
파에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고,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도 과찬이 심하지는 않나 싶다.

아니면, 오타쿠적인 삶을 부정하려던 네거티브적 태도를 버리고,
신지도 포지티브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에,
오타쿠여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발휘된 신극장판이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오타쿠여도 현실에서 잘 살아가면 괜찮다 라는 것을 전제로 삼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
90년대 애니메이션계의 반환점이자 역동성을 발휘하던 에바가
더 이상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이질감을 느낀게 신극장판을 좀 멀리하게 되는 계기인 듯 하다.
아마 다른 시나리오에 없었던 에바만의 독기가 빠져서 아쉬운 거겠지.-_-

다만 신극장판을 tv판과 엔드오브에바와 연결지었을때,
포기하고, 도망치고, 울먹거리던 소년이
차츰 깨닫고 변해가고,

tv판과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같은 선택은 되풀이하지 않는 
신지의 모습을 신극장판이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할 때
현실에 고난이 닥치더라도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싸워나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그렇게 차갑게 대할 영화는 아닌데,
호평이 넘치다 보니 중간에 쓴소리를 밀어넣게 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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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백금기사 2009/10/09 18:58 # 답글

    사실 '리메이크'가 아니고 대놓고 '속편'이니까요. 후반부 해석이 맞으실 듯.
  • 소혼 2009/10/10 00:20 #

    그런 해석이 들어가면 나름대로 좋은 구석이 있는 영화라서,
    최근에야 다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신줄 놓고 보면 그냥 에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쫄라맨 2009/10/13 15:39 # 삭제 답글

    '파'를 보시면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서'도 구tv판과 비슷하긴 해도 자세히보면 미묘하게 다른점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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